20년이 지난 지금에서 회상해 볼 때 80년대는 아픔과 억눌림
그리고 현실을 왜곡하는 환상들이 어우러져서 한탄과 환호가 동시에
공존하던 시절이었다. 컬러 TV와 올림픽이 제공하는 세계화의 구호와
휴머니즘으로 포장된 소비적 환상에 환호하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공허한 마음은
좀 처럼 채워지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던 이런 80년대 초반 소위 “얼굴없는 가수”라는 별명 아닌 별명을 달고 신형원이라는 가수는 그 투명한 목소리와 꼭 집어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색다른 느낌의 가사 그리고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고 맴돌던 독특한 느낌의 멜로디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당시에 발표된 ‘불씨’,’유리벽’은 가히 신드롬이라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불가사의한 생명력을 갖고 퍼져나갔다. 그렇게 남들보다는 조금 색다른 바람을 일으키면서 신형원은 가수가 되었다.

그의 노래를 아는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하고 순수한 사람으로 그를 연상한다. 같이 작업을 해 본 음악인들은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일의 맺고 끊음이 정확한 진정한 프로로 그를 기억한다.

무엇보다 그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넉넉하게 마음을 나누어 줄줄 아는 가난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늘 소외계층과 농민과 노동자에 대한 관심을 놓치않고, 그들을 위한 자리나 노래를 마다하는 법이 없는 사람. 신형원씨는 어느새 대한민국에서 이름만 대면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그의 노래 한마디쯤은 부를 수 있는 국민적인 가수가 되어버렸다.